꾸준함이 글을 완성한다
1. 다들 시작은 한다. 그런데 왜 끝을 못 보는 걸까?
블로그, 브런치,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리겠다고 다짐한 첫날, 우리는 의욕이 넘친다. 그러나 일주일,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멈추는 경우가 대다수다. 왜 꾸준함은 이렇게 어려운 걸까? 이 콘텐츠에서는 그 이유와 해결법을 심리학과 실전 사례를 통해 파헤쳐본다.
열정은 누구에게나 있다. 처음엔 들뜬 마음으로 키보드를 두드린다. 그러나 현실은 금세 차가운 물을 끼얹는다. 예상치 못한 피로, 업무, 가족 일상, 글을 쓸 시간의 부족함. 그리고 내 글이 정말 의미 있는지에 대한 의심이 고개를 든다. 그렇게 글쓰기는 잠시 멈추게 되고, '나는 왜 이걸 계속하지 못할까'라는 자책으로 이어진다. 이는 흔한 일이다. 실패가 아니라 과정이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지만, 글쓰기에서는 ‘지속이 전부다’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한두 번의 쓰기보다, 아무도 보지 않아도, 감탄받지 않아도 계속 써내려가는 힘. 그것이 진짜 글쓰기다. 많은 작가들이 글쓰기의 본질은 꾸준함에 있다고 말한다. 그들의 공통점은 천재성보다 ‘계속 썼다’는 사실이다.
2. 꾸준함을 막는 세 가지 주요 요인
① 완벽주의의 덫
글을 시작할 때부터 완벽한 결과물을 기대하는 순간, 손은 멈춘다. 특히 평가 중심의 문화에서 자라온 우리는 ‘잘 써야만’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초안은 지저분하고 거칠어도 된다. 중요한 건 쓰는 것이다. 완벽주의는 글을 쓰는 데 필요한 유연함을 빼앗는다.
이러한 완벽주의는 자신감 결핍과도 연결된다. '나는 원래 글을 못 써'라는 믿음은 시도조차 하지 않게 만든다. 작가 훈련 프로그램이나 글쓰기 워크숍에서는 완벽주의를 해체하는 훈련부터 시작한다. 초고는 ‘엉망’일수록 좋다. 그건 시작했다는 증거다.
② 즉각적인 반응에 대한 기대
디지털 시대의 콘텐츠 소비는 빠르다. 그래서 우리는 빠른 반응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글쓰기는 반응이 느릴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그런 현실에 부딪혔을 때 많은 이들이 실망한다. ‘내 글이 재미없나?’, ‘아무도 보지 않나?’라는 생각은 글을 멈추게 만든다.
이것은 SNS의 설계가 주는 착시효과다. 정유정 작가는 “반응이 빠른 글은 빨리 잊히는 글일 수 있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 다시 읽히는 글, 독자의 마음을 천천히 파고드는 글이야말로 오래 살아남는다. 즉각적인 반응은 자극일 뿐이다. 진짜 성장은 반응 없는 시간에서 시작된다.
③ 비교와 자존감 하락
비교는 창작의 독이다. 우리는 남의 글에서 강점만 보고, 자신의 글에서는 단점만 본다. 특히 브런치나 인스타처럼 인기글과 나란히 배치되는 구조는 무의식적 비교를 부른다. ‘저 사람은 출판까지 했는데 나는…’ 하는 생각은 자존감을 갉아먹는다.
그러나 우리가 보는 건 타인의 ‘결과’다. 과정은 보이지 않는다. 아무도 그들이 수백 번 고치고, 수없이 퇴고한 밤을 보여주지 않는다.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이 있다는 걸 안다. 비교가 아니라 ‘내 속도’를 믿는 것이 창작의 핵심이다.
3. 꾸준한 글쓰기를 위한 실전 전략
① 작은 목표부터 시작하라
크게 쓰려 하지 말자. ‘제목만 정하기’, ‘한 문장만 쓰기’처럼 부담 없는 목표가 좋다. 그 작은 시작이 큰 흐름을 만든다. 중요한 건 매일 다시 펜을 드는 것이다.
② 글쓰기 시간을 정해두라
글쓰기 시간은 루틴으로 만들어야 한다. 하루 중 가장 집중이 잘 되는 시간대를 찾아 정해두자. 예: 아침 8시, 점심 직후, 자기 전 30분. 정해진 시간에 자리를 지키는 것이 핵심이다.
③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라
물리적 환경은 심리 상태에 큰 영향을 준다. 특정 공간을 ‘글쓰기 전용’으로 정하면 뇌가 자동으로 창작 모드로 전환된다. 정리된 책상, 특정 카페의 창가 자리도 훌륭한 시작점이다.
④ 성장을 기록하라
글을 쓴 날짜, 분량, 기분을 간단히 적어보자. ‘글쓰기 저널’을 만들면 스스로의 꾸준함이 눈에 보인다. 이는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다시 글을 쓰게 만드는 내적 동기부여가 된다.
⑤ 피드백을 받아라
글은 독자를 만나야 완성된다. 피드백은 새로운 시선을 준다. 단, 무분별한 반응보다 신뢰할 수 있는 소수의 독자로부터 꾸준히 받는 것이 좋다. 질 높은 피드백은 방향을 잡아준다.
4. 결론: 의지보다 강한 것은 시스템이다
글쓰기에서 중요한 건 의지보다 시스템이다. 구조와 루틴, 환경과 리듬이 만들어져야 습관은 지속된다. 꾸준한 창작자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그냥 멈추지 않은 사람일 뿐이다.
매일 쓰지 않아도 좋다. 다만 ‘다시 쓴다’는 의지와 환경을 갖춘다면, 우리는 언제든 다시 창작의 흐름에 복귀할 수 있다. 글을 잘 쓰는 사람보다, 글을 놓지 않는 사람이 결국 오래간다.